Diary/Retrospective

[항해99 / TIL] 🚢 23-05-25 짧은 일기

Olivia Kim 2023. 5. 25. 23:38
반응형

 
 

강릉의 바다를 처음 본 날을 잊을 수 없다. 자주 가던 서해 바다는 언제나 눈 끝에 뻘과 이름 모를 섬이 닿았다. 하지만 동해의 바다는 깊이도, 넓이도 가늠할 수 없는 지평선 같았다. 항상 넓은 곳으로 나아가고 싶은 꿈을 가진 내게 강릉의 넓은 바다는 괜스레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많은 부트캠프 중에서 항해99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항해’라는 단어에 영향을 받아서도 있다. 99일 동안 넓은 바다를 헤쳐가며 목표를 향해간다는 스토리텔링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는 더 큰 세계로 갈 거니까. 매니저님, 동기들과 우왕좌왕 배를 조종하는 법을 배우며 천천히 나아간 지도 53일째가 되었다.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 장점 등을 듣는건 더 좋아하는 내게 항해에서 다양한 동기들을 만나는 건 재밌고, 즐겁고, 때로는 멍했다. 다양한 직종에서 많은 일들을 하다 오신 분들을 만나며 내 세계를 확장하는 건 뿌듯하면서도 배워도 끝이 없구나 싶기도 했고 저분은 벌써 여기까지 해내셨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개발 공부를 하는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것 같아 내가 이 배의 키를 잘 쥐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가끔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도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득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았다. 더 잘하고 싶고, 더 나아가고 싶다. 최종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금은 더 그렇다. 리더까지 자원했다 보니 나 팀원들에게 잘하고 있나? 코드를 잘 짜고 있나? 계속 스스로에게 되묻는 순간이 많아졌고, 잠을 자도 꿈속에서 회의와 코딩을 반복해 자느니만 못한 시간이 길어져 많이 지쳤다. 잘 해내고 싶어 생각보다 부담을 많이 느끼는구나 싶었다.
 
 
할 일을 잠시 내려놓고 내가 왜 이 넓은 바다에 뛰어들었는지 되짚어 본다.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의 성취감,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더 큰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새로운 것을 하나 더 배웠을 때의 재미 같은 것들.
 
 

 
무작정 강릉으로 달려간 그 날 다짐했던 것들과, 확신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일렁이던 순간을 잊지 말자. 바다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알게 하고, 인생 전체를 멀리서 바라보게 만든다. 바다는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문장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는다. 바다가 넓어도 길을 잃지 않기를, 당장의 눈 앞보다 멀리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기를,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지되 겸손하기를.
 
 
 
+ 오늘의 명언

(용식님이 이름 안가려도 된다고 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