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그때인 것 같다. 초심자의 행운 이후 잔인한 시험에 든 시간이. 부트캠프 수료 후 취업 했을 땐 개발을 모르던 내가 여기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이 컸다. 하지만 만 1년 차가 된 지금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또 잘하는 개발자들에 비해 내가 너무 모자란 건 아닌지 많은 생각이 든다. 요새 마음을 다잡으려 제일 좋아하는 책인 「연금술사」를 다시 읽고 있는데,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항상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해서 잔인한 시험으로 끝난다.'라는 문장이 지금 내 상황과 너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럼 난 이 시험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그간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여정을 다잡기 위해 회고글을 작성해 본다.
회사에서의 나는?
잘한 점
1. 뷰에 대해 알게 되었다.
리액트만 알고 뷰는 하나도 몰랐지만, 같은 자바스크립트니까 할 수 있겠지 라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다. jsx 파일 내에 html과 js의 구분이 상대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리액트에 비해 뷰는 html, script, style 구획이 확고하게 나뉘어 있어 신기했다. '반응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데이터를 제어하고, 생명주기를 직접적인 메서드로 사용하는 부분이 생소해 입사 후 두 달 동안은 뷰 책과 회사 코드를 반복해서 돌려봤다. 이제는 폴더 구조도 파악했고, 뷰와 넉스트의 생명주기를 이용해 한 화면의 코드를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2.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유지보수에 추가 개발건이 계속 있는 업무라 단순히 기능뿐만 아니라 기존 코드에 더 효율적으로 병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기존 구조를 많이 수정해야 하더라도 더 효율적인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면 따로 시간을 내서 작업하곤 했다. 회사 코드를 수정하는 건 예상치 못한 사이드 이펙트가 있을까 항상 떨리기 때문에 규모가 큰 리팩토링은 두, 세 번씩 테스트를 하고 팀장님께 자문을 구한 뒤 코드를 올렸다.
3. 프로젝트 과업을 열심히 수행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봄부터 가을의 초입까지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기존 모델에 새로운 모델을 추가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정말 열심히 했고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억나는 일들은 아래와 같다.
사내에 시작부터 결제까지 유저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의 가이드가 따로 없다. 그래서 일감 티켓의 요구사항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부분적인 이정표가 되곤 했는데, 일정 부분만 작업하고 끝나는 형식이라 흐름 파악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모델 구축 프로젝트를 하며 진입부터 결제 이후까지의 전반적인 프로세스와 코드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업무 이해도를 훌쩍 높일 수 있었다.
또한 index.js를 만들어 한줄씩 별도 선언되던 import 코드를 정리하거나, API가 여러 번 호출되는 원인을 파악해 수정하거나, 데이터 내용만 다른데 A 파일, B 파일 두 개로 만들어져 있던 중복 파일을 하나로 병합해 분기처리 하는 작업을 같이 진행했다. 어느 날 팀장님이 지나가 듯이 잘했다고 해주셨는데 그날 기뻐서 집 가서 곱씹으면서 잠들었다.
프로젝트 막바지에는 아쉽게도 팀원 한 분이 퇴사하셨다. 좋아하던 분인데 인사도 잘 못하고 헤어져서 너무 아쉬웠고.. 잔여 일감에 비해 일정이 촉박했던 상황이라 빠른 대책이 필요했다. 팀장님이 바쁘셔서 내가 퇴사한 팀원분의 일감과 진행도를 찾아 정리했고, 다른분들께 리스트를 공유하고 같이 업무를 나눴다. 전체 흐름과 데드라인을 파악하고 일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항상 정리해 두었는데, 이 이후에도 팀원분들이 일감을 어떻게 분배할지 내게 여쭤보는 일이 종종 있었다. 팀원분들에 비해 연차가 낮았기 때문에 그때마다 '내가 이걸 해도 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 이후 이사님과 면담할 일이 있었는데, 업무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도 다른 분들께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달해 주셨다. 고민했었던 '내가 이걸 해도 되는 게 맞나?'의 부분도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라며 연차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해주셨다. (이건 다른 회사에 비해 우리 회사가 유독 나이대도 비슷하고 친하게 지내서 해당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매일 야근하는건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동료분들과 오류도 같이 보고, 힘들 때 서로 이야기 들어주고, 맛있는 건 나눠먹으면서 더 끈끈해지는 시간이었다. 정말.. 힘들고 즐거웠다.
아쉬운 점
1. 리액트와 뷰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했다.
입사 초반에는 뷰 기본기를 다졌지만, 그 이후에는 둘 중 어느걸 메인으로 할지 쉽게 정하지 못했다. 조언을 구해봐도 '리액트 풀이 더 크니 뷰는 회사에서만 하고 집에서는 리액트를 해라!'라는 의견과, '회사 업무가 더 중요하니 뷰를 하고 리액트는 하지 마라!' 는 의견이 갈려서 어려웠다. 뷰를 정말 좋아했으면 당연히 뷰를 했을 것 같은데 개인적인 선호도 리액트가 더 커서 더 고민이 됐다. 이건 이제야 마음을 정했다. 회사에서는 뷰2를 사용하는데, 프로젝트가 아닌 유지보수의 업무 난이도라면 뷰를 깊게 파는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뷰3로 마이그레이션 예정도 없어서 업무시간에는 뷰를 하고 업무 외 시간에는 리액트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2. 바빠서 복습하지 못한 개념들이 많다.
업무 도중 알게된 것들, 공부한 것들은 업무 다이어리에 써두곤 하는데 그 내용을 다시 복습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다행히 업무 일지도 작성하고 간단한 트러블슈팅은 기록해 놔서 보고 정리만 하면 되지만 복습을 하지 않으니 뭘 했는지,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명확하지가 않다. 공부한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꼭 필요한 시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꼭 개선해보려 한다.
3. 코드 리뷰를 더 받지 못했다.
회사에 코드리뷰 문화가 없어 팀장님께 개인적으로 요청을 드려야 코드리뷰를 받을 수 있다. 프론트엔드팀 팀장님은 업무가 많으셔서 백엔드 팀장님께 요청드려 코드 리뷰를 받았었는데, 팀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코드는 뭔지, 또 내 코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리팩토링할 수 있는지 짚어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코드 리뷰를 더 받지 못했는데 백엔드 팀장님 퇴사 전 한가하실 때 몇 번 더 요청드려서 리뷰를 더 받아볼걸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아직은 내 코드가 객관적으로 어떤지 파악이 어려울 때가 있어 타인의 평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파견을 나와있어 아직 해보지 못했지만.. 얼마 전 코드 리뷰 후 PR 승인이 도입되었다 해서 복귀하면 코드리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개인으로서의 나는?
잘한 점
1. 감정과 상황을 분석하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일까? 라는 생각이 들 때 원인과 대책을 분석하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을 때도 이 일이 닥쳐서 내가 왜 힘든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앞으로는 어떤 태도를 가질지 글로 써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외에도 꾸준한 다이어리 작성이 드디어 습관이 되어 어떤 걸 해야 하고, 어디까지 했는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고 힘들더라도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금방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2. 꾸준히 공부를 했다.
부트캠프 동기들과 함께한 '니떡국 내떡국' 프로젝트, 사내 프론트엔드 팀원끼리 자바스크립트 개념을 공부하는 '자스몽' 스터디, 외부 인원들과 모던 자바스크립트 딥다이브 핵심 파트를 함께 공부하는 'VLC' 스터디까지 1년 간 꾸준히 공부했다. 니떡내떡은 Next.js 스터디 목적으로 시작했다가 디스콰이엇 주간 프로덕트 1위라는 성과를 올렸고, 자스몽과 VLC를 통해 자바스크립트 코어 개념을 복습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전 날 공부했던 내용을 코드에서 발견하면 의식적으로 다시 사용해 보며 복습도 할 수 있어 기뻤다!
3. 놀기도 열심히 놀았다.
코로나 이후로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부트캠프 시작 전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다녀왔던 태국을 친구들과 함께 했고, 코로나 직전 갔었던 말레이시아는 가족들과 다시 다녀왔다. 부트캠프 동기들과 두 번째 한라산도 다녀왔고, 파주, 가평, 제주도... 주말에도 엄청 돌아다녔다. 내가 뭐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가인데, 이를 통해 만족감도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기적인 여행이 내게 도움이 되는 이유도 낯선 곳을 탐험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골목을 구경하는 시간들이 내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코로나 이후에 공부 및 취준 상태라서 선뜻 움직이기 어려웠는데, 간만에 열심히 돌아다녀서 숨통이 트였다.
아쉬운 점
1. 정처기 필기가 만료됐다.
올해 실기를 응시하려다 프로젝트 때문에 미뤄뒀더니 필기 만료일과 실기 접수일이 딱 3일 모자랐다.. 프로젝트 시작 전인 1회 차 때 공부해서 딸걸 아쉬움이 남는다. 정처기는 개정되면서 실무와 연관되는 개념도 많아졌고 이 일을 할 요건이 된다는 하나의 증빙으로도 쓸 수 있기 때문에 꼭 따고 싶은 자격증이다. 1월부터는 미리 준비해서 1회 차 동차 합격을 노려보려 한다.
2. 지금 기가 죽었다.
지금이 잔인한 시험같다고 느끼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개발자 동아리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다른 분들이 모두 네카라쿠배당토 혹은 그에 준하는 회사의 개발자분들이셨다. 면접을 볼 때도 기술적으로 어떤 시간을 겪었는지 깊게 말씀하셨는데, 그에 비해 내가 뱉을 수 있는 말은 너무 얕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회사 이름이 그 사람의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지만 그 정도의 기본기가 있겠구나 하는 증빙이 되기도 한다. 면접 후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져 부끄러웠고 '나는 아직 멀었다. 다음 스텝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요새 다양한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고 있는데, 취직이 가능한 정도의 개발자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미래의 나를 지금의 내가 단정하지 말라.'는 말처럼, 할 수 있다의 마음으로 다음 스텝으로 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3. 잠을 더 자야 한다.
이건 정말 어려운 과제다. 작년에 부트캠프를 수료하며 하루에 3시간씩 자던게 습관이 됐는지 입사 후에도 야근하랴, 퇴근 후에 공부하랴 잠을 많이 자지 못했다. 1년 넘게 그런 생활을 하니 건강에 데미지를 끼쳤는지 맞아본 적 없는 수액도 맞고 감기도 몇 번 걸렸다. 잠이 부족해서 업무에 지장이 있진 않았지만 점점 짙어지는 다크서클을 보면 잠을 좀 충분히 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이 일을 오래 하려면 당연히 그래야겠지. 일어나는 건 할 수 있으니 꼭 한시에는 자는 습관을 들여보려 한다. 건강 잘 챙기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1. 리액트를 더 공부하고 싶다.
현재 짧게 파견나와있는 프로젝트는 리액트를 사용하는데, 다양한 최적화 코드를 보며 내가 시간에 맞춰 개발은 끝냈지만 최적화 훅들은 많이 적용하지 못했었구나 되짚어 보게 됐다. 그리고 리액트도 18, 19 버전이 나오는데 회사에서는 리액트를 쓰지 않으니 점점 까먹는 것 같아 아쉽다. 자유도도 높고 뷰보다 더 다양한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리액트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본사에 돌아가면 리액트에 집중해서 공부를 해보려 한다. 리액트가 풀이나 커뮤니티도 크니 내 커리어에도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2. 너무 많은 목표를 세우지 말자.
지금까지의 나는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겠어서 일단 할 수 있는 대로 무조건 다 했다. 그러다보니 해야 할 일이 많았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잠을 줄였고, 얕고 넓게는 공부했지만 깊이 있는 공부는 하지 못했다. 이제는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고 그에 맞춰 깊이 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 재미있어 보이는 게 있더라도 좀 생각해 보고 도전하자.
3. 블로그 글을 꾸준히 작성하려 한다.
이를 위해 개발자 글쓰기 동아리인 글또 마지막 기수에도 참가했다.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해 주는' 개발자를 목표로 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드림코딩 엘리님처럼 강의로 내 지식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에, 아는 걸 정리해서 블로그 글을 발행하는 건 큰 경험이 될 것이다. 단순히 마감을 위해서 글을 쓴다기보다 내 꿈을 위해서 차근차근 쌓아간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으면 좋겠다. 또 이제는 단순 정보나 트러블슈팅보다는 깊이 있는 탐구를 하고 싶고, 티스토리 테마를 바꾸거나 자체 블로그를 만들어 디자인 적으로도 더 신경쓰고 싶다.
1년 차가 되자마자 찾아오는 이 고뇌의 시간이 잔인한 시험이라면,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잘 풀어내고 싶다. 이 글의 제목이 나와있는 책인 「연금술사」 에는 이런 문장도 나온다. '하지만, 삶의 비밀은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서는 것이다.' 1년동안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아직 이것밖에 안 됐구나, 하는 고민에 요즘 힘들지만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가면 2년 차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잘 일어나서 내년의 내가 이 글을 봤을 때 그땐 그랬지, 그리고 나 열심히 했구나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산티아고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럴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 말고는.
/ 「연금술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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